일벗이 되어 드릴게요 – 출근전읽기쓰기

인터뷰

2022-11-23

출근을 준비하는 여러분은 어떤 모습인가요? 든든한 식사를 챙겨 먹거나, 계획한 일을 해내기도 하고, 지난 밤 해소하지 못한 피로로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중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저마다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모두 출근을 앞두고 그 시간을 보내는 거잖아요. 이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 소네님 )


아직 가을이 풍성하게 남아있던 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출근전읽기쓰기>의 소네님과 만났어요. 소네님의 여러 일터 중에서도 깊은 감명을 주었던 공간이라 인터뷰 장소로 추천해 주셨죠. <출근전읽기쓰기>는 준비 운동을 하는 것처럼, 출근하기 전 일의 근육을 키우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랍니다.

헤이버니를 초창기부터 사용하셨다는 소네님은 콘텐츠가 전하는 선한 가치의 힘을 믿는 분이었는데요. 가을을 배경으로 마주보고 앉아 나눈 이야기들, 지금부터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읽다 보면 여러분의 출근길에 이 뉴스레터를 한 편 끼워 넣고 싶어질 거예요.


안녕하세요, <출근전읽기쓰기>를 만드는 소네입니다
소네(sonner)는 ‘종이 울린다’는 의미를 가진 불어 단어예요. 부지런히 글을 써서 ‘세상에 울림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현재 인터뷰어, 기획자, 크리에이터 등 콘텐츠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읽고 보고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출근전읽기쓰기>는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 글을 읽는 분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고 싶었거든요. 가장 잘할 수 있는 텍스트 플랫폼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뉴스레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출근 전 마음가짐과 태도’에 주목하는 뉴스레터인데요. 몸담고 있는 조직 바깥에서도 좋은 동료를 찾아 일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동료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한곳에서 함께 일하는 ‘일벗’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무엇보다 취향의 문턱을 없애 주고 싶어요
흔히들 클래식이나 문화재, 책, 이런 것들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 일상적인 문화거든요. 메뉴를 고르고 쇼핑을 하는 것처럼 이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다양하게 즐길 게 많은데 너무 소비에만 치중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성공이랍니다.

저 같은 경우 부모님이 박물관을 되게 좋아하셨거든요. 그 덕에 저도 많이 알게 되었고, 서로 변하지 않는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게 뉴스레터에 반영된 것 같아요. 아주 잠깐 보더라도 좋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제가 보고 들은 걸 오프라인으로 체험시켜 줄 순 없지만, 상상하면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나아가 삶에 변화를 주며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 <출근전읽기쓰기>가 라이프 미디어라고 생각해요.


배우 이정재 씨가 인터뷰했던 내용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도둑들> 현장에서 만난 임달화 씨가 배우부터 영화감독 등 다양한 업을 이어가는 걸 보고 이정재 씨가 의아해서 질문했다고 해요. 그러자 임달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느 하나의 역할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똑같다는 말을 했다고 하죠. 그게 이정재 씨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뉴스레터 외에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이 다를 뿐이지 콘텐츠는 다 같거든요. 각자 익숙한 플랫폼을 선택할 뿐이죠. 창작자라면 모든 툴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야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유튜브로 만든 콘텐츠가 책으로 나오고, 웹소설이나 웹툰이 드라마, 영화로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오디오클립부터 인스타그램까지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디오클립에선 좀 더 살아있는 느낌을 전하려고 해요
뉴스레터를 읽기 편한 흐름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팟캐스트도 그걸 중점으로 두려고 해요. 결국 듣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잖아요. 글보다 더 내밀한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니까요. 좀 더 진솔하게 녹음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요. 요즘 AI로 목소리를 변환해서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창작자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진정성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어집 코너는 저의 오랜 취미와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글을 쓸 때 항상 사전을 펼쳐보는데요. 사전 찾아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아는 것과 다른 뜻이 있을까 찾아보면서 의중적인 의미와 한자어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지만, 단어의 물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거든요.

결국 우리말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이해할수록 잘 쓸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활 속에서 접한 단어부터, 순우리말과 한자어 등에 늘 주목해요. 제대로 뜻을 알고 쓸 수 있게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온라인 미디어 기반이지만 아날로그 느낌의 콘텐츠가 많은 편이네요.

( 헤이버니로 읽는 뉴스레터 '출근전읽기쓰기' )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레터를 만들고 싶어요
보통 아티클 하나를 읽는 데 한 시간 정도가 걸릴 정도로 긴 분량의 레터를 만드는데요. 짧게 나누어 보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금방 휘발되지 않을까요? 예전 직장에서 웹진을 만들 때, 중요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아카이브 해 두고 뉴스레터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만 활용하는 도구로 느껴졌어요. 정성을 들여 좋은 내용을 만드는데 너무 금방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들게 된다면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레터를 만들고 싶었죠. 한 번 열면 나도 모르게 계속 읽게 되고, 나중에 또 열어서 여러 번 읽게 되는 그런 거요.

뉴스레터를 구독하다 보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엔 보는 것만 열게 되잖아요. 거기서 기억에 남는 뉴스레터가 된다면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제 뉴스레터를 많이 보시는 분들은 2회에서 10회, 많을 때는 30회가 넘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구독자 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출근전읽기쓰기>만의 성격을 만들어 가는 거죠.


일단 스스로 만족하는 게 중요해요
뉴스레터를 꾸준히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마감은 늘 어렵고요. 그 와중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완성된 뉴스레터를 봤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냐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 미완성의 느낌이 든다면 누가 읽어줄까 싶은 거죠. 제가 레터의 첫 번째 독자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읽고 또 읽고 싶을 만큼의 콘텐츠를 썼는지 신경 써요. 시간 내서 읽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지에 대해 말이에요.

저는 뉴스레터 만들기를 너무 즐기는 사람이랍니다

만들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제가 출근 전의 마음을 이리도 중요하게 여기는지 처음 알게 되었어요. 독자분들의 다정스런후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요. 다양한 분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 사실 처음엔 피드백에 많이 의존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아는 느낌이에요. 이게 다 독자분들과 저의 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 거겠죠?

다가오는 12월 16일은 뉴스레터 발행 1주년인데요. 감사한 마음으로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선 굿즈를 선보일 예정이고, 책 출간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격려를 듬뿍 담아 말이에요.

“30년간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나요”

그동안 발행한 뉴스레터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오픈한 회차의 제목인데요.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제가 첫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하면서 ‘울림을 주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그 첫 번째 꿈을 여기서 펼쳐내는 것 같아요. 앞으로 2년, 5년, 10년까지.. 오래 즐기며 뉴스레터를 만들고, 출근하는 ‘일벗’ 구독자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콘텐츠가 되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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