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애는 어렵겠습니다

인터뷰

2021-02-05



“나는 말 그대로 8개월 넘게 다른 사람을 만지지 않았습니다.”  

– 매우 외로운 익명1인(모닝 브루 20.12.26 기사 발췌) 


‘만남’이란 단어를 잃어버린 지 어느덧 1년. 코로나19로 예전의 일상에서 주던 소박한 시간들이 거창한 바람이 되어 버린 지금, 우리는 집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나마 이전과 같은 기분을 느끼려 여러 ‘만남’을 시도를 있는데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데이팅 앱 추천', '데이팅 앱 후기' 등의 게시글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서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로 대세가 바뀌고 있는 거죠.  

실제로 소셜 데이팅 앱인 ‘블라인드 데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 한 지난해 2월 이후, 앱 신규 가입자 수가 4분기 말에는 약 4배가 급증했다고 해요. 구독 중인 해외 뉴스레터 모닝브루(Morning Brew)의 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이전보다 더 자주 데이팅 앱을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인만추’는 전세계적인 흐름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인들은 이런 ‘만남 결핍의 시대’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요?   

*본 내용의 인터뷰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해 닉네임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자유롭게 만나는 게 불가능해졌잖아요. 지금 우리도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요. 요즘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진짜 못 만나고 있어요. 만나도 있을 곳이 없는지라… 평소 하던 스터디 모임도 줌(Zoom)으로 하고요. 저는 원래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타입인데, 타의에 의해 이렇게까지 사람을 못 만나니 ‘아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하는군’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체 모임으로 만날 때만 볼 수 있던 친구들을 못 보게 된 게 가장 큰 아쉬움인 것 같아요. 가끔 보는 친구들도 이젠 아예 볼 수 없고요. 자주 만나던 친한 친구들조차도 만나는 횟수가 평소보다 1/3 정도로 줄었어요.

가족들과는 어때요? 함께 살고 있다면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불편한 점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해요. 떨어져 사는 가족분들은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니 여러 걱정들이 있을 것 같기도 같고요.

공감해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꽤 있더라고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가족들에게 짜증을 많이 내게 됐어요. 결국 독립을 결정하게 됐고 지금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네요. 먼저 오래된 책장을 없앤 대신 사무공간을 만들었어요. 부모님께서 쓸쓸해하실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서 함께 사는 남은 기간 동안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하 

저희 집은 반대에요. 되려 사이가 좋아졌죠. 전에는 집에 함께 살면서도 각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집에만 있어야 하니 가능한 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과 함께 영화를 즐겨 보진 않았는데 이젠 다 같이 볼 만한 영화를 찾아서 본다거나, 음식을 포장해와서 같이 먹으며 수다 떨곤 해요.  

저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고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거든요.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 영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가족들께서 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평소보다 연락도 자주 드리게 됐죠. 얼마 전에 두 달간 한국에 다녀왔는데 2주간 자가격리는 너무 답답했지만 부모님을 뵙고 와서 너무 뿌듯합니다. 한국에서도 외출하기는 힘드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했는데요.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저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랑 내내 붙어있으려 해요. 고양이가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걸 알게 됐죠. 덕분에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예요. 코로나19로 인해 서로가 갖고 있는 ‘휴식’의 의미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번에 미니어처 홈가드닝 키트를 구입해서 만들어봤어요. 저는 미드를 보거나 손으로 만드는 다양한 취미거리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남편은 말 그대로 ‘쉼’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충분히 가진 후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부부나 가족분들은 외출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 함께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요.(웃음) 밖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분들이랄까요?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커플이나 연애를 원하는 싱글인 분들은 관계 형성과 유지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요즘은 자발적 비혼이나 싱글이 많다고 하던데요. 저는 오히려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친구들한테 소개시켜줄 분이 없는지 물어보곤 했어요.(웃음) 집과 직장이란 굴레에 갇혀 사는 거 같아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국에서 락다운(Lockdown, 봉쇄령)일 때는 다른 집 방문을 일절 못하게 되어 있어요. 밖에서 만나는 건 괜찮다곤 하지만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 밖에서만 만나라는 건 만나지 말란 소리죠. 저는 남자친구와 30분이면 만날 수 있는 동네에 사는데도 길게는 5주 넘게 못 만난 적도 있었어요.(망할 락다운.. 생이별ㅠㅠ) 대신 ‘넷플릭스 파티’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같이 보거나 영상통화를 하면서 온라인 데이트를 했던 거 같아요.(웃프네요)  

저는 다행히? 남자친구가 자취를 하고 있어서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포장해와서 ‘집 데이트’를 주로 하고 있어요. 함께 있을 공간이 있어서 좋긴 한데,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겨서 먹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해요. 최대한 플라스틱 포장지가 덜 나오는 메뉴로 시키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여기저기서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이야기를 논하는 요즘. 언택트로 인한 관계의 변화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마주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만남’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