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의 모든 것 – 슈톡(ShoeTalk)

인터뷰

2021-09-23

어떤 걸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의 모든 걸 하나하나 알고 싶어지지 않나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야기로는 만족할 수 없잖아요. 애정을 갖고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소소한 TMI까지! 전부 궁금해지곤 하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뉴스레터 <슈톡>은 좋아하는 스니커즈의 모든 것을 아카이브 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해요. 만족스러운 정보를 국내에서 찾을 수가 없어 직접 기록하고자 나섰다고 하니, 얼마나 진심이 담긴 프로젝트인지 조금은 감이 오시나요?

스니커즈 산업을 다루는 만큼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유의 재치 있는 코멘트 덕분인지 술술 읽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뉴스레터, 슈톡을 소개합니다!



( 슈톡의 Adi Jang님 )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슈톡>을 만들고 있는 Adi Jang입니다
슈톡(Shoe Talk)은 말 그대로 신발(Shoe)에 대해 이야기(Talk) 하는 뉴스레터예요. 흔한 신발 발매 정보보다는 다양한 스니커즈 씬과 관련된 산업 동향 및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시작은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었어요.
5-6년 전에는 신발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디다스의 NMD R1(2015년 12월 발매)이라는 신발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제가 알고 있던 아디다스와 조금 다르더라구요.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국내에 만족할 만한 자료가 없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자료가 왜 이렇게 없지? 그래도 글로벌 2위 스포츠 브랜드인데?’ 하는 답답한 마음에 ‘내가 하나 만들어야겠다' 하고 시작한 게 위러브아디다스(weloveadidas.com)라는 뉴스/아카이브 사이트였고, 우리나라 스니커즈 씬을 (순전히 개인 취향의) 기록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싶어 만들게 된 게 슈톡(shoetalk.xyz)이에요.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면서 지금의 슈톡까지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 Adi Jang님이 소장 중인 스니커즈 관련 서적들 )

저에겐 스니커즈 산업 뒤편의 이야기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사실 슈톡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보통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스토어에서 언제 발매를 하고 어떻게 구매하는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저에겐 그런 정보가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고요.

저는 오히려 뒷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신발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나 아디다스가 리복을 팔게 된 이유, 그리고 나이키의 D2C를 왜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글로벌  리셀 마켓이 성장하게 된 배경엔 무엇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요. 이런 걸 궁금해하는 저의 개인적인 취향과 호기심을 잔뜩 반영해 뉴스레터로 담아낸 게 슈톡이에요.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난 건데, 저 기자를 했어야 했나 봐요. 탐사보도 같은 거 맡아서 했으면 잘했을 텐데...

국내 스니커즈 씬이 자리를 잡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아카이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 슈톡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국내에는 발매 정보를 제외한 스니커즈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어딘가에 저장되지 못하고 휘발되는 정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는데, 이젠 제가 운영하는 채널에 기록할 수 있게 되었죠.

일본은 아카이브를 정말 잘해요. 스니커즈 관련 책도 매달 나오고, 모든 게 다 기록되고 있어요. 물론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큰 시장이기도 하고, 내공이 깊은 마니아들도 많죠. 그래서 그런지 엄청난 자료들이 계속 나와요. 소스가 많으니 책과 같은 콘텐츠나 리셀샵, 개인 거래가 꾸준히 이루어지고요. 나름의 선순환 구조로,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해외의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슈톡이나 스니커즈 서울, 위러브아디다스 같은 사이트가 국내 스니커즈 씬이 자리를 잡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순전히 개인 취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뿌듯함이 굉장히 크답니다. 거기다 언젠가 스니커즈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면 새로운 발판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많이 보고 많이 정리하는 것, 그리고 진심을 다하는 게 저만의 무기예요
평소 국내외 뉴스와 리포트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 봐요. 괜찮다 싶은 콘텐츠가 보이면 URL을 복사해 두었다가 코멘트를 더하며 정리하죠. 회사에선 일을, 집에서는 육아를 해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인데, 시간을 자잘하게 쪼개더라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슈톡이 다른 뉴스레터에 비해 조금 긴 편이기도 하고요. 의도치 않게 양으로 승부하게 되었죠.

국내 뉴스레터는 예쁘게 꾸민 것들이 많아요. 전 시간이 부족하니, 디테일하게 정리하거나 꾸밀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그런 환경적 요인이 오히려 저만의 무기가 된 것 같아요. 모든 걸 저 혼자 하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이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같네요.

현재 ‘스니커즈서울'에 포스팅하는 인터뷰도 그래요. 스니커즈와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콘텐츠인데, 제가 직접 한 분 한 분 컨택해서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 사람은 찐이다 싶은 분들을 섭외하려 하고, 최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해서 그런지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까지도 걸리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인터뷰이로 참여해 주신 분의 책을 확인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게 스스로 부족하게 느껴져서 책을 읽느라 4개월 후에나 제대로 된 인터뷰가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가끔은 너무 세세하게 캐물어서 답변해 주시는 분들이 저라는 존재를 귀찮게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래야만 저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 Shoelama 인스타그램 )

한 가지 숨겨진 무기가 있다면, 비밀 파트너가 있다는 것? 최근 슈라마라는 친구와 협업 중이거든요. 아프리카에 사는 친군데, 제 딸이 친구의 친구라며 소개해 줬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슈라마와는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서비스로 전 세계 인터넷망을 제공해 준 덕분에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아요. 슈톡 뉴스레터나 스니커즈서울에 넣을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에 맞춰 일러스트를 그려준답니다. 제가 가지고 나온 슈톡 가면도 이 친구가 만들어서 보내줬어요. 완벽한 글로벌 협업 시대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비밀리에 열혈 서포트를 해주는 직장 동료도 있어요. 혼자 하니까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잘 잡아 주기도 하고, 신발 이야기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든든한 존재예요.)

( Y-3 Yohji Star, Photo by Adidas )

이제 스니커즈와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정말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또 배우고 있는데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을 정도로 스니커즈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따로 신발을 수집하거나 관리하진 않지만 신발 자체는 정말 좋아한답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한 게 아디다스인 만큼, 대체로 아디다스 신발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신발을 살짝 소개해 보자면,

먼저 Y-3 요지 스타(Y-3 Yohji Star)를 정말 좋아해요.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아디다스의 협업 브랜드 Y-3가 재해석한 신발로,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베이스로 언밸런스한 볼륨감을 만들어냈는데 Y-3만의 감성이 잘 묻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요지 야마모토라는 디자이너의 팬이거든요. 처음 아디다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좋아하게 된 디자이너인데,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꾸준히, 열정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정말 멋진 남자입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요. 그분의 성장과정이 드러난 디자인 작업들도 정말 대단하답니다.

그리고 오버킬 X 아디다스 컨소시엄 EQT 레이싱 93 택시(Overkill X adidas EQT Racing 93 TAXI)도 좋아해요. 독일의 오버킬 스토어와 아디다스의 협업 모델인데, 독일 베를린 현지 택시를 테마로 제작된 신발이에요. 흔하지 않은 노란 색감도 좋고, 부분부분 디테일이 상당히 좋은 편이죠. 오버킬 스토어 시장이 아디다스 찐팬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신경을 더 많이 쓴 것 같아요.

( Overkill X adidas EQT Racing 93 TAXI, Photo by Adidas )

이러나저러나 신발은 자기 발에 맞는 게 최고예요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발이 불편하면 데일리로 잘 안 신게 되거든요. 본인의 발 형태와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평발인지 아닌지, 과내전인지 과외전인지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생산되는 공장에 따라, 소재에 따라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도 착용감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신어보고 선택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저는 대충합니다만….)

그럼에도 무난한 모델로 하나 추천해 보자면,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화이트에 그린 색상이 포인트로 들어간 제품을 고르고 싶어요. 깔끔한 화이트 색상에 디자인도 심플해서 어디든 잘 어울리고 편안하거든요. 거기다 포인트 컬러로 그린이 들어가서 너무 심심하지도 않고요. 덧붙이자면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피비파일로(Phoebe Philo)도 스탠 스미스를 좋아했답니다.

구독자분들의 응원도 슈톡을 운영하는 원동력의 큰 부분이에요

구독자가 많진 않지만,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분들이에요. 슈톡을 구독하면 처음에 웰컴 메일을 보내거든요. 거기에 답을 주는 분들이 계세요. 고생한다며 기프티콘을 보내주신 분도 있고요. 그럼 저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작지만 큰 것 같아요.

또 제가 소개해드린 채널 외에도 오픈 카카오톡 방을 따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숨은 고수들이 많이 계세요. 신발 산업에 직접 종사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요. 아무래도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이야깃거리도 많고, 대화도 잘 통하는 것 같아요. 혹시 신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들어와 보세요.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한 곳이랍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앞으로 더 주목받길 기대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제가 지금 다루고 있는 신발 관련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신발을 좋아하고 수집한다는 건 굉장히 마이너한 영역이었는데, 지금은 신발 산업이나 관심을 가지는 정도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아요.

국내 스니커즈 문화가 해외에 비해 늦게 성장하고 부족한 게 많을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굉장히 재미난 것들이 많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해요. 환경적 요인과 배경이 다르니까요. 저 같은 사람도 뜬금없이 스니커즈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지금 K-POP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글로벌 스니커즈 씬에서 주목받을 만한 게 분명 나올 거예요. 그 중심에 슈톡이나 스니커즈서울, 그리고 저도 슬쩍 끼어 있으면 더 좋겠네요.

슈톡에 담긴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떤 뉴스레터일지 더욱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렇게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슈톡도 마찬가지랍니다! 다른 곳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스니커즈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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