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자체가 미션! ENFP 직장인의 하루

인터뷰

2021-02-10


여기서 잠깐! ENFP란 어떤 사람일까요?

성격유형검사 MBTI에는 16가지 성격유형이 있습니다. 그중 ENFP는 ‘재기 발랄한 활동가’ 또는 ‘스파크형’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활기가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또 창의적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유형이죠. 외향적인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걸 좋아합니다. 대신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에 열정이 오래가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곤 하는데요. 통찰력과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는 일이라면 흥미를 느끼기 쉽지 않죠.

“전염병은 슈퍼스타 도시들에게 나쁜 소식입니다.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으며 우리가 ‘공간적 근접성(당신이 사는 곳에서 일)’에서 ‘클라우드 기반 연결(어디에서나 일)’로 영구적 전환을 보게 될 것입니다.” – The Atlantic의 작가 Derek Thomspon

바야흐로 ‘클라우드 워킹(원격 근무)’의 시대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 중임에도 일상은 굴러가야 했기에 기업은 기존의 업무 방식을 과감히 바꾸는 쪽을 선택했는데요. 대표적으로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의 90%는 화상회의, 그룹 메신저, 파일 공유, 일정 관리 플랫폼 등으로 재택근무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요. 한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직원의 절반은 재택근무제를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죠. 또 최근 직방은 아예 본사 사무실 운영을 중단하겠단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오프라인 출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업무환경의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단 뜻이죠. 이와 관련해 구독 중인 해외 뉴스레터 더 허슬에서 의미있는 통계수치를 발견했습니다. 투자자 Kim-Mai Cutler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립자 중 42 %가 현재의 물리적 본사보다 원격 우선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죠. 참고로 팬데믹 이전엔 6 %였습니다.

(재택근무 중인 이슬님)

난데없이 겪게 된 재택근무의 생활. 우리는 이 좌충우돌의 현장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요? 그중 한 분을 만나기 위해 성수동으로 향했습니다. 6년 차 자취 직장인, 안이슬 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안이슬 님! 재택근무의 고수 님이라 들었어요. 현재 어떤 일들을 하나요?

고수라…(웃음). 올해로 5년째 CJ ENM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 직무를 맡게 된 것은 2년 정도 되었고요. 이 일을 쉽게 설명하자면 ‘탄광에서 황금을 발굴하는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웹툰이나 소설 같은 다양한 형태의 영화 소재들 혹은 고유한 오리지널 아이디어에서 대중을 매료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로 뽑아내 패키징(감독 서칭과 캐스팅 작업) 완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트필기 중인 이슬님)

Q. 흥미로운 일 같아요. 처음부터 이 일이 하고 싶다 생각한 건가요? 

사실 전공으론 국제관계를 공부했어요. 지금 하는 일과 다소 거리가 먼 학문이죠.(웃음) 그때는 영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위치였고요. 국제 정치학 수업에서 중국의 소수 민족 탄압과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였는데요. 관련 책을 읽고 수업에 들어갔는데도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5분짜리의 짤막한 다큐멘터리가 더 임팩트가 컸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몰랐던 세상의 지평을 효과적으로 넓혀주고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영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처음으로 이 분야에 몸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팀원들과 줌미팅 중인 이슬님)

Q. 이슬 님의 일이 아무래도 여러 창작자를 만나거나 협업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잖아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이 점이 일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궁금해요. 

업무 특성상 작가님들과 미팅을 해야 하는 일이 잦아요. 직접 만나지 못하다 보니 줌 미팅을 통한 비대면 미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제 피칭 행사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집에서 참석하고 있는데요, 영화제만의 생동감과 열기를 온전히 느끼기엔 한계가 있어 아쉽긴 해요.

(이슬님의 책상겸 식탁)

Q. 재택근무를 처음 겪어보는 직장인이 많은데, 낯선 환경에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이슬 님만의 효율적인 재택근무 노하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침대만 보면 눕고 싶은 게 모든 사람(직장인)의 마음인지라…(웃음) 하루 루틴을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업무 텐션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어요. 점심시간도 최대한 1시간을 지키려고 하고요. 또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게 되다 보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요.

재미있는 지점도 있어요. 새로 생겨난 문화인 ‘비대면 연말 회식’인데요, 각 팀 별로 각자 편한 시간에 모니터 앞에 앉아 인사팀이 제공한 치킨 기프티콘과 함께 캐주얼한 랜선 회식을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업무에 있어 바로 드러나는 능률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기에 관계 형성과 유지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슬님의 반려식물과 최근에 구매한 멋진 TV)

Q. 맞아요. 침대의 유혹은 견디기 힘들죠. 공감해요. 휴식과 노동의 공간이 혼재되어 있어 더 힘든 것 같기도 한데요. 혹시 재택근무 때문에 변하게 된 공간이 있을까요? 

집의 속성 자체가 변한 것 같달까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 곳곳에 시선이 머물기 시작했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고 느껴져서 옷장을 비운다거나 책과 바이닐을 친구들에게 나눠줬어요.

반대로 구입한 것도 있어요. 혼자 살다 보면 식사를 하는 테이블이 책상이 되기도 하는데요. 전엔 짧은 시간을 앉아 있어서 몰랐는데 오랜 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결국, 업무용 의자를 구매했죠. 또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집의 볕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낮엔 회사에만 있으니까요. 큰 창을 뚫고 들어오는 직사광선에 제 피부를 지키기 위해 블라인드도 설치했네요. 최근 스마트 TV도 구매했답니다. (그것도 세로로 돌아가는 멋진 TV를요! 하하)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팬데믹 이전에는 TV의 필요성을 잘 못 느꼈거든요. 보고 싶은 게 있음 아이패드나 노트북으로 보면 되니까요. 이젠 리모컨 하나로 여러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아주 합리적이고 탁월한 소비였다고 생각해요.

(디제잉하는 이슬님)

Q. DJ활동도 하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일부터 음악까지 여러모로 외향적인 활동을 즐기는 분 같아요. 참고로 저는 집순이라 코로나19로 인한 집 생활이 크게 고통스럽진 않은데요.(웃음) 이슬 님은 집에서 보내는 긴 시간들이 어떤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제 MBTI가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거든요.(웃음) 팬데믹 초창기에는 코로나 블루가 심하게 왔었어요. 익스트림한 여행도, 클럽도, 심지어 이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조차 사치가 되었잖아요. 이제는 꿈에서조차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등장한다니까요? 제 무의식까지 점령한 코로나로 마음이 힘든 1년이었지만, 혼란 속 단조로움이 주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이슬님의 소중한 반려식물)

Q. 마음이 괜찮아졌다니 다행이에요.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러한 근무 환경이 유지될까요?

지난 7월에 재택근무를 권장한다는 문자를 보고 유연한 근무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었어요. 라떼는~ 같은 말이겠지만(웃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퇴근을 앞당기더라도 출근은 무.조.건(!) 했었거든요. 팬데믹이 끝나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재택근무가 아닐지라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오면 우리 모두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과 방향에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겠죠. 저 같은 경우는 식물 키우기로 해법을 찾았어요. 열대식물부터 고사리류까지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그중 ‘베고니아 마큘라타’라는 브라질 출신 관엽 식물을 가장 애정합니다. 은빛 점박이가 있어 다소 생소하게 생겼지만 여름에는 하얀 꽃까지 피우는 매력적인 친구랍니다. 식물은 정직하고 직관적인 생명체에요. 관심을 주면 주는 만큼 아름답게 자라고, 조금이라도 무심해지면 금방 바닥으로 처져버리죠. 작지만 위대한 초록 생명들을 매일 목도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받곤 합니다.

(이슬님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 점박이)

안이슬 님이 전해준 뜻하지 않음 속에서 찾게 된 ‘새로운 만남의 방식’ 이야기 어떠셨나요? 전세계는 지금 이 공황 상태를 극복하고 또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생각해요. 이전처럼 얼굴을 마주보고 손을 맞잡는 형태의 만남이 줄어들었다 하여 우리의 만남이 끝난 게 아닌 것처럼요. 언젠가 이것도 적응되어 일상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해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이슬님 퇴근)